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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이 아픔을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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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광주’ ‘1980년 5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가 금기였다. 항쟁에 참여한 사람이나 그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사실을 알려야하는 언론이나 작가들에게조차도 정권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침묵을 강요하였다. 언로가 차단된 고립감과 패배의식 속에서 문학계의 작가들은 암시적 수법으로 이를 드러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숨죽이며 지내는 몇 년 동안 5월을 기억하고 알리려 했던 화가들의 경우도 시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현장의 기억을 사실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역사적 폭력에 대항하고 애도하였다. 강연균, <하늘과 땅 사이 1>, 1981년 5월 광주를 형상화한 최초의 시도이자 대표적인 예가 강연균의 <하늘과 땅 사이 1>이다. 강연균은 한 인터뷰에서 “5월 26일 계엄군이 탱크를 몰고 들어온 날 나는 그냥 집에 들어갔다.”는 자책감에 수없이 번민했으며, “광주의 진실을 언젠가는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그해 가을경에 작업을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80년 오월은 지금까지 그림 그리는 일밖에 모르던 많은 작가들에게 삶에 대한 회의와 함께 현실에 눈을 뜨게 한 계기가 되었다. 해를 넘겨 1981년 <하늘과 땅 사이 1>이 완성 되었다. <하늘과 땅 사이 1>은 80년 오월 광주 도처에서 벌어진 계엄군의 만행에 처참히 죽어간 광주시민들을 200호 크기의 대형화면에 담은 작품이다. 부러진 나무, 부서진 건물 잔해, 찌그러진 자전거, 나뒹구는 신발짝들과 함께 발가벗겨진 채 이미 죽은 사람들과 공포와 증오, 슬픔과 수치심에 몸서리치는 사람들을 함께 그렸다. 이들의 신체는 조각나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회색과 검은 색을 주색으로 하여 보라색과 노란색으로 밝음과 어두움을 표현하였고 붉은 색으로 흘린 피를 강조하였다. 배경과 달리 인물들에 밝게 하이라이트를 줌으로써 사건 자체보다 이들이 느낀 공포와 슬픔을 알려주려는 의도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아직은 5공화국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이다. 광주민중항쟁을 직접 목격한 작가로서 갖는 공포와 고발의식이 담겨있는 강연균의 <하늘과 땅 사이 1>은 내전에 의해 평화로운 도시가 무참히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피카소가 그린 작품 <게르니카>를 의식한 듯하다. 단순화된 모델링과 회색조의 색감 등에서 다분히 연관성을 보인다. 강연균, <하늘과 땅사이 2>, 1984년 <하늘과 땅 사이 1>에 이어 1984년 <하늘과 땅 사이 2>가 제작되었다. <하늘과 땅 사이 2>에서는 이전 작품보다 사실적인 묘사에 모델링효과를 살려내고 배경은 황무지요 하늘도 온통 어두운 핏빛으로 그려 그 처참함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려는 저항의 표정을 담아내었다. 부러지고 잘린 채 죽어있는 사람들 옆에 같은 모습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살아있지만 이들도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온갖 감정이 뒤엉킨 이들은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한다. <하늘과 땅 사이 1>이 파괴된 배경을 넣어 당시 참상을 고발하는데 역점을 두었다면 <하늘과 땅 사이 2>는 배경을 생략하고 인물들을 강조함으로써 작가가 받은 충격을 이제는 털어놓는 듯 감정이 더 강하게 드러나 있다. 
 
이선옥, <눈물로 그린 그림>,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44-145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144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