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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크쇼와 치유의 담론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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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제의는 치유의 의식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요구되는 자기 성찰은 치유의 담론을 대중문화의 층위로 끌어들였다. 개인의 고통과 불행은 이제 개인의 감정 조절 능력과 관련된 일종의 병증으로 원인 규명이 되며 그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치유를 통해 극복할 것이 권유되는 것이다. ‘치유’는 출판계에서 범람하는 자기계발서의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며, 최근의 인기 토크쇼가 주안점을 두는 것 또한 이러한 치유의 담론이다. 강호동이 진행하던 MBC 텔레비전의 <무릎팍도사>는 게스트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설정으로 치유를 모티브로 하는 토크쇼 프로그램의 확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다소 가벼운 코미디의 형식을 띠고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고민을 털어놓는 게스트의 눈물이 시청자의 공감 기제로 나타났다. <무릎팍도사>의 성공 이후 제작된 KBS의 <승승장구>, SBS의 <힐링캠프> 등의 토크쇼 프로그램은 모두 게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고민과 고통을 치유한다는 모티브를 담고 있다. 특히 <힐링캠프>는 토크쇼 제목 자체에 치유(‘힐링’)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데, 공동 진행자로 기용된 배우 한혜진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순정만화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눈으로 게스트에게 동정어린 눈길을 보내고 그(혹은 그녀)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는 데 있었다. 치유를 모티브로 하는 이들 토크쇼 프로그램들은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쇼를 모델로 하고 있는 듯해 보이지만, 대부분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게스트로 초대한다는 점에서 주로 일반인을 게스트로 초대하는 오프라 윈프리쇼보다 흥미와 오락적 요소를 강하게 띤다. 더구나 오프라 윈프리쇼가 인종갈등, 가족 내 성폭력, 살인자들의 인권 등 기존의 도덕관념을 뒤흔들 만큼의 민감한 소재를 다루어 온 데 반해 국내의 치유 관련 토크쇼 프로그램은 개봉을 앞둔 영화의 주인공을 초대하는 등 홍보 전략의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그 윤리적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가벼운 오락에 머물고 있는 듯해 보이지만 이들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치유의 담론과 그 치유 과정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눈물의 스펙터클은 가볍게 보아 넘길 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공감 능력과 자기성찰의 수준을 반영하고, 나아가 이를 확대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최유준, <눈물의 교환가치>,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35-237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235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