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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성 상실의 불안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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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유행은 20세기에서 21세기로 전환되는 세기말, 세기 전환의 문화 현상이지만 그 연원은 훨씬 멀리까지 추적될 수 있다. 미국 대중매체의 역사에서 최초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간주되는 것은 1948년에 첫 방송된 <몰래카메라>Candid Camera이다. 미국의 여러 매체 연구자들이 지적하듯 이 프로그램은 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거친 뒤 시각 문화의 새로운 리얼리즘 분위기에서 탄생되었으며, 매카시즘으로 상징되는 냉전 상황에서의 감시에 대한 불안에서 생겨난 대중문화 현상이기도 하다. 당시 대중들은 감시 그 자체를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연출한 <몰래카메라>를 보고 즐기면서 그러한 감시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본격적이고 광범위한 확산은 오히려 ‘냉전시대’의 감시와 검열이 사회의 각 층위에서 충분히 내면화된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냉전 종식’이 선언된 1990년대 이후에 현재와 같은 형식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급속하게 대중문화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이전 시기 <몰래카메라>의 인기에 상응하는 사회적 불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진정성에 대한 불안으로, 매체의 지배력에 의해 철저히 상업적으로 연출된 행위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중문화가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상업적 조작 내지는 홍보 전략에 좌우된다는 사실은 대중문화 소비자들의 ‘진정성’에 대한 갈증을 부추겨 왔다. 특히, 대중음악의 경우 개인컴퓨터 시장이 열리게 된 1980년대 초반에 디지털 음향기술의 영향을 받게 되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이 점은 1990년대 이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확산을 위한 배경을 이룬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된 디지털 음향 기술의 확산은 음악가들이 더 이상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아니라 미리 제작된 사운드를 소비하는 이들로 간주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와 함께 MTV(1981년 개국)와 같은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에서의 립싱크에 대한 문제제기는 대중음악가의 진정성에 대한 불신을 크게 확산시켰다. 결국 1990년 독일의 댄스 그룹 밀리 바닐리Milli Vanilli의 그래미상 시상식에서의 립싱크 사건이 한 차례 큰 스캔들을 일으킨 뒤 영미 팝음악계는 뮤지션들의 라이브 연주에 대한 대중들의 도덕적 신뢰를 잃게 되었다. 이후 시도된 MTV의 ‘언플러그드Unplugged’ 연주 시리즈는 팝음악 청중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들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언플러그드 연주 시리즈를 통한 팝음악 시장의 고급화 전략으로 대중음악가들에 대한 청중들의 불신을 만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청중들은 차츰 ‘언플러그드’라는 용어 자체도 기만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사실상 대중음악이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의존하지 않는 경우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1990년대 이후 디지털 음향기술에 의존하는 댄스가수들이 장악한 대중음악 시장은 크고 작은 표절 시비와 립싱크에 대한 문제제기로 얼룩졌다. 다른 한편으로 디지털 음향기술이 만든 새로운 음악문화로서의 노래방문화는 전문음악가와 아마추어 음악가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 기여했다. 노래방이라는 현실의 라이브무대에서 그야말로 ‘가수 뺨치게’ 노래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대중음악의 청중들은 립싱크를 일삼는 텔레비전 속 가수들을 향해 냉소를 던지게 되는 것이다.  
 
최유준, <눈물의 교환가치>,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27-229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22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