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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을 수도, 지울 수도 없는 슬픔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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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그림에서 보이듯 죽은 누이의 표상인 나뭇잎은 이미 점점의 흔적으로만 남았다. 그리고 그런 흔적들이 바로 또 다른 ‘나’가 되었다. 그 나는 지금 어느 나무 한 그루 앞에 서 있는 실존의 나를 휘감는다. 그래서 나는 결코 또 다른 나를 잊을 수도, 지울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슬픔은, 그래서 적어도 이 작품에서만큼은 망각될 수 없는 각인이 되었다. “「제망매가」에 대한 이해는 현대적 의미의 서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자아’와 ‘타자’의 구분이 전제된 채 수용되어 왔다.”(박경우, <<향가의 수사와 상상력>>)는 지적에 주목해 보자. 이는 본 노래에서 지향하고자 했던 자아와 타자의 합일이나 그로부터 비롯한다고 볼 수 있는 삶과 죽음의 혼융, 그리고 비록 내세에서야 가능할 일이기는 하나 재회를 기약하고 있다는 점 등을 배제한 채 순전히 현대적 관점에서만 해석이 이루어져 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현상은 월명사의 「제망매가」를 수용하는 최근의 시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음은 기형도의 시이다.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시리도록 허연 이 영하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덮고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중략) 편안히 누운 내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술을 부으며 눈물처럼 튀어오르는 술방울이 이 못난 영혼을 휘감고 온몸을 뒤흔드는 것이 어인 까닭이냐. (가을무덤-祭亡妹歌」 부분) 죽어 묻힌 사람을 애도하는 한 가지 방식이 바로 무덤에 술을 붓는 행위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이런 행위와는 달리 “무덤에 술을 붓는 행위를 망자의 얼굴에 직접 술을 붓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화자의 지극한 슬픔은 ‘튀어 오르는 술방울’을 ‘눈물’에 비유하고 그것이 ‘이 못난 영혼을 휘감고 온몸을 뒤흔드는 것’이라 표현하게 한다. 누이의 죽음에 대한 격정적인 슬픔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유미진, 「기형도 시 연구」)으로 묘사되어 있음을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조태성, <죽음, 그 시공의 초월적 변주>,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72-174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172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