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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 감추기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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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이불비(哀而不悲)’는 조선의 사대부들이 가졌던 이런 애통함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매우 요긴한 매개어가 될 수 있다. 「공무도하가」를 한 번 보자. 다음은 <<해동역사>>에 기록된 이 노래의 배경설화와 노랫말이다. 공후인은 조선의 진졸 곽리자고의 아내 여옥이 지은 것이다. 자고가 새벽에 일어나 배를 저어 가는데, 머리가 흰 미친 사람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호리병을 들고 어지러이 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뒤쫓아 외치며 막았으나, 다다르기도 전에 그 사람은 결국 물에 빠져 죽었다. 이에 그의 아내는 공후를 타며 ‘공무도하’의 노래를 지으니, 그 소리는 심히 구슬펐다. 그의 아내는 노래가 끝나자 스스로 몸을 물에 던져 죽었다. 자고가 돌아와 아내 여옥에게 그 광경을 이야기하고 노래를 들려주니, 여옥이 슬퍼하며, 곧 공후로 그 소리를 본받아 타니, 듣는 자 중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여옥이 그 소리를 이웃 여자 여용에게 전하니 일컬어 공후인이라 한다. 님아 저 물을 건너지 마오 님은 끝내 물을 건너고 말았네 물에 빠져 죽으니 아 어찌할거나, 님아 우선 이 설화와 노래로만 보자면 백수광부의 처는, 적어도 겉으로는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러한 슬픔을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고, 죽음 또한 슬픔의 극단적인 표현이자 행위임에는 분명하지만, 독자들이 그것을 읽어내기까지는 일정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맥락을 감안한다면 이때 그 소리를 구슬프게 여긴 것은 오히려 고구려 진졸인 자고이며,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여옥이다. 백수광부의 처가 취한 행동과 설화적 배경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슬퍼도 슬퍼하지 않는 것, 혹은 슬퍼함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이는 이 설화의 서사구조를 살펴보는 것으로도 간단히 확인될 수 있다. 다시 설화가 아닌 이 노래의 구조를 행간을 따라 파악해보자. 그렇게 보면 이 노래는 ‘익사’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당부-행위-결과-상태’의 구조로 분석될 수 있다. ‘無-渡-死-奈’가 이에 대응되는 각 행의 핵심 시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노래 부른 이의 ‘내(奈)’에 주목해 볼 수 있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해보거나 어찌할 도리도 없는 상황의 표현이다. 그렇다고 그런 상황에 대한 어떤 심정을 드러낼 수 있다거나 직접 표현하는 그런 시어는 아니다.  
 
조태성, <죽음, 그 시공의 초월적 변주>,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67-168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16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