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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앞에서 얼크러진 감정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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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고백은 ‘착란’적이다. 착란이란 얼크러진 감정의 상태이다. 기정사실화된 죽음 앞에서 안간힘을 다해 삶의 긍정에 도달하려는 치열함, 비극적인 운명을 반전시킬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무력감, 숨쉬기조차 힘들만큼 조여드는 초조함, 그러나 운명의 횡포 앞에서 무너져 내릴 수 없는 절박함 등이 감정의 얼크러짐을 야기하였다. 인간이 자신의 실존과 정면으로 맞닥뜨린 상황 앞에서, 시는 이러한 존재론적 혼란과 착란을 다스리는 사적 매체로서 성립하기도 한다. 정신의 착란을 평정하려는 존재론적 긴장이야말로 「접시꽃 당신」의 미학적 핵심이며 시적 진정성의 바탕”(정우택, 「도종환시의 서정성과 대중성」)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그런 작품이 바로 「접시꽃 당신」이기도 한 것이다. 화자의 마음은 이제 죽음을 넘어선다.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그리고 그런 아내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 화자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죽음과 그로 인한 이별에 묻히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삶에 대한 궁구를 시작하려 한다. 따라서 이는 죽음이라는 현실이 가져다 둔 삶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이 된다.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찾아가는 일종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여정은 아내의 죽음 이후 좀 더 구체적으로 표상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정우택은 다시 같은 글에서 “시인의 시적 지향은 ‘개인의 가슴 아픈 넋두리’를 풀어놓으면서도 고립된 개인이 아닌 더 큰 자아를 형성하려는 의지와 자기 성찰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전망에 대한 믿음과 민중을 향한 사랑을 바탕으로 개인의 삶과 실존이 깊어지고, 개인의 삶에 대한 성찰과 내면의 성숙이 다시 민중과 역사의 영역으로 확산된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접시꽃 당신」은 한 개인의 죽음, 물론 아내라는 특별한 개인이기는 하겠지만, 그 죽음을 계기로 다른 삶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기도 하겠다. 우리가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하나의 방식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조태성, <죽음, 그 시공의 초월적 변주>,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59-160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15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