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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마저 잠재우고 있는 건 아닐까?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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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어 불리와 불안을 이겨내는 게 가능할까. 아직은 이런 현실에 그냥 적응하거나, 스스로 나가거나, 잘려 나가는 일이 반복된다. 오명순 씨는 만일에 대비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기도 하지만 출퇴근 거리가 멀거나,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수출로 돈을 버는 회사가 되기까지 손톱 빠져가며 몸에 골병들어가며 일한 여성 노동자들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회사 누리집을 보면, 인력모집에 연구개발직은 있지만 생산직 분야는 없다. 더는 자신들이 직접 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직 인력을 파견업체를 통해 ‘공급’받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더 공급받고, 필요 없을 때 버리고.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닌 노동자들에 대해 기업은 아무 책임감이 없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 업무는 근로자 파견대상 업무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직접고용을 하지 않고 버젓이 파견노동자를 쓴다. 고용의무나 차별적 처우 금지와 시정 조항도 아무 의미 없다.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누가 뭐라 하는가. 하루 시간외노동을 빠지고 나와 오명순 씨가 들려준 파견노동의 이야기는 어제의 이야기일까, 오늘의 이야기일까, 다음날의 이야기일까. 이미 하나의 현실로 단단히 굳어져 일상이 된 비정규직 불법 파견노동은 분노마저 잠재우고 있는 건 아닐까.  
 
박수정, <파견 노동자의 일상>,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317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31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