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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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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지 3개월째를 앞두고 오명순 씨를 포함해 3월에 입사한 사람들이 재계약을 했다. 3개월씩 계약을 연장해 1~2년 넘게 다닌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이들도 여전히 3개월마다 한번씩, 아니 일하는 내내 두려움과 불안을 안고 산다. “거기 2년씩 다닌 사람들도 언제 잘릴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 버텨왔다고 그러더라고요. 우리도 지금 불안해요. 현장을 줄일 거라는 말이 돌기도 해요. 아직은 회사 측에서는 그런 말을 안 했어요. 미리 말 안 해주겠죠.” 일이 많을 때는 사람을 모집해서 쓰고 없을 때는 정리하는 게 자연스러운 기업. 일하는 사람이 당장 곤혹스러워질 처지 같은 건 생각해 주지 않는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산 게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불안’은 쉽사리 적응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1년씩 계약을 했지만 3개월마다 우수수 노동자들을 떨쳐냈던 기륭전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이 좀 느리거나 작업 시간에 눈 밖에 나는 행동을 조금이라도 한 젊은 아가씨들은 다 정리를 했지요. 1년 계약이었는데 3개월에 한 번씩 아무 때나 잘랐어요. 기륭전자에서 관리하는 게 아니잖아요. 파견회사에서 관리하는 거니까. 그때 말도 못했어요. 문자로 해고하고. 내 옆에서 일했던 언니가 한 일 년 목을 숙이고 일하는 공정에서 일을 해 너무 아파서 공정을 바꿔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내일부터 집에서 쉬세요.’라고 문자가 왔대요. 나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그 언니가 그 일하느라 목이 아파서 병원을 다니기까지 했는데 말이에요. 일도 공정에 따라 조금 쉬운 일이 있고 조금 힘든 일이 있잖아요. 전동으로 볼트 박는 일이 있는데 그걸 일 년 하니까 팔이 너무 아파서 어떤 사람이 좀 바꿔달라고 했더니 안 바꿔주고는 이 일, 저 일 막 뺑뺑이를 돌려 결국 그만두게 하더라고요.”  
 
박수정, <파견 노동자의 일상>,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316-317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31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