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땅으로 내려오지 않은 선언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눈치가 보이지만 일주일 내내 밤늦은 노동을 할 수는 없다. 사람이니까 쉬어야 한다. 힘들어서 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긴 하다. 시간외노동과 휴일노동을 한 달에 124시간을 한 이도 있단다. 한 달 동안 모든 평일 시간외노동에 네 번의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 반을 더하면 그 시간이 나온다. 1주 12시간을 넘지 못하게 한 근로기준법의 ‘연장 근로 제한’은 현실에서는 별 소용이 없다. 오명순 씨는 가능하면 일요일은 쉰다. 병원에 가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를 빼고는 토요일에 출근한다. 대신 주중 시간외노동을 간간이 빼고 쉰다. ‘잔업 불참 명단’에 이름을 적으면서 눈치를 봐야 하지만. 한 번씩 일찍 집에 오는 날은 시장에 가서 장을 봐와 반찬을 만들고, 손빨래를 하고, 청소를 한다. 푹 쉴 시간은 없지만 라인 앞에서 밤늦게까지 일만 하던 시간에서 잠시 빠져 나오는 것만으로도 좋다. “잔업을 안 하면 마음이 편한 거죠. 오늘 잔업을 한다고 하면 항상 마음이 긴장되고 부담감이 생기잖아요. 밤늦게까지 해야 되니까. 우리가 일요일에 쉰다 생각하면 토요일에 마음이 편안하잖아요. 늦게까지 뭘 해도 상관없고. 기분이 좋잖아요. 2주에 한 번씩 산에 가는데 참 좋아요. 같이 간 동네 언니들과 오이도 먹고 이야기하고 놀다가 오죠. 산에 갔다 와서 남편한테 그랬어요. 나 여름에만 산에 가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시원하고 물도 깨끗하고 좋다고. 그랬더니 살아라, 그래요.” 세계인권선언문 제24조에서는 ‘모든 사람은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다. 이러한 권리에는 노동시간을 적절한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정기적인 유급 휴가를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노동자는 장시간을 일해야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돈을 간신히 버는 한국 사회에서 저 말은, 아직 땅으로 내려오지 않은 선언이다. 
 
박수정, <파견 노동자의 일상>,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314-315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314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