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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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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닌 지 얼마 안 되니 쉰다고 할 수가 없죠. 빠지면 눈치 보이고, 그만두라고 할까봐. 오래된 정규직도 아니고. 그러니까 못 빠지고 잔업도 했지요. 그때는 자고 나면 살이 1킬로가 빠지고, 며칠 있다가 몸무게 달면 다시 1킬로가 빠졌어요. 겁나더라고요. 체중이 이렇게 빠지는 게 뭔 병이 있나 싶어서요. 한 달 반 동안 6킬로가 빠졌어요. 몸 아프지, 엄마 돌아가셔서 신경 쓰지. 마음이 막 안 좋고, 밥을 못 먹었어요. 배가 고픈데 밥이 안 넘어가요. 일을 하려니까 억지로 먹어야 하는데 먹지 못하니 기운은 없지, 겨우 다녔어요. 어떻게 다녔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도 어린 조카들이 보낸 ‘위독’이라는 문자를 제때 확인할 수 없었다. 잠시 쉬는 시간에 열어본 문자에는 여러 차례 들어온 ‘위독’에 ‘운명’이라는 문자가 하나 더 보태졌다. 오후 작업을 빼고 고향인 충남 부여로 내려갔다. 오후 조퇴와 다음날인 금요일 하루가 결근처리 되었다. 어머니 상을 치르고 출근한 월요일, 아무도 그이에게 위로하는 말도, 상을 잘 치렀느냐는 말도 건네지 않았다. 당연히 사실을 아는 조장도, 파견업체 직원도 한 마디 말이 없었다. 이제 스무 날 다닌 파견노동자일 뿐인데, 스무 날 동안에도 허다한 노동자들이 그만두고 새로 들어왔는데, 이이가 언제 그만둘지 잘릴지 모르는데…, 그러니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오명순 씨는 서운해 하지 않았다.  
 
박수정, <파견 노동자의 일상>,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311-312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31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