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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을 위한 투쟁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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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도에 개봉되었던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은 배트맨의 주인공이었던 ‘크리스천 베일’이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는 클레릭이라는 특수임무를 띤 요원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해악’을 제거는 임무들 띠고 있다. ‘해악’은 곧 ‘감정의 유발’로 인해 발생하는 인간의 복잡다단한 심리상태와 행동양식에서 비롯한다. 클레릭들은 ‘해악’을 발생시키는 ‘감정 유발자’나 ‘감정 유발 집단’을 감시하고 제거한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사회는 ‘감정의 유발’로 인한 혼돈이 아닌 ‘이퀼리브리엄’이라고 하는 평정 혹은 안정이나 고요한 상태를 추구한다.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억제’, ‘조절’, ‘통제’는 일상화 되어 있다. 이 영화에서도 ‘감정’은 인간의 생물학적인 본성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감정 유발’을 통제할 수 있는 ‘프로지움’이라는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해야만 한다. 약물의 투여 여부는 국가관리 시스템에 의해서 감시된다. 도달할 수 없는 ‘안정과 평정’을 의미하는 ‘이퀼리브리엄’을 파괴하는 것이 감정이기에 그것은 통제의 대상이 된다. 영화는 마음이 격발된 분노와 같은 감정상태가 초래할 위험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억압하려는 집단과 이러한 억압에 저항하는 집단 사이의 대립구도를 잘 보여준다. 감정은 실제의 일상적 경험의 영역에서 관리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특히 분노 감정의 경우, 더욱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분노는 사랑이나 기쁨, 슬픔이나 두려움 등과 함께 인간적인 삶의 조건에서 빈번하게 드러나는 기본적인 감정의 하나이다. 분노 감정은 결여된 존재감이나 욕망의 결핍에서 파생한다. 분노는 일반적으로 ‘도덕적 분노’와 ‘비도덕적 분노’로 구분되지만, 이 구분도 ‘문화’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분노는 개인의 내밀한 감정 표현이지만, 타자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회문화적 지반을 통해 패턴화 된다. 상호 연계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과 같은 집단주의 문화전통이 강한 사회에서 분노는 그 자체가 억제되고 통제‧조절되어야 할 것이었다. 분노의 표현은 자기와 타자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집단의 조화와 협력을 파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노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이, 수용보다는 배제가 일반적인 정서이다. 분노는 생존을 위한 투쟁의 양상으로 표출된다. 생존을 위한 투쟁은 생존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에 대한 부정으로 시작된다. 그 상황은 한마디로 ‘낙(樂)’이 없는, 즐거움이 없는 상태이다. 낙에 대한 문제는 신체를 근거로 하는 경험적 세계를 기반으로 한다. 낙이 없는 상태로부터 낙을 찾는 것은 생명체가 자기 조절의 항상성을 회복하기 위한 생물학적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명체의 생명 보존의 과정은 항상성을 복원하고 유지하려는 자동적 반응으로 단순화할 수는 없다. 이 과정은 삶의 과정과 닮아 있다. 생존을 위한 다양한 투쟁 양상은 주체와 대상으로서의 타자가 설정된다는 점에서 이미 ‘권력의 장’에 진입해 있음을 의미한다. 보편적 ‘인간 조건la condition humaine’에 대해 탐구했던 엘리아스 카네티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결코 ‘권력의 자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엘리아스 카네티는 <<군중과 권력>>에서 “사람들이 정렬해 있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권위의 정도를 쉽게 알 수 있다. 한 사람이 높은 곳에 앉아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 주위에 서 있는 경우, 반대로 한 사람이 높은 곳에 앉아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 주위에 앉아 있는 경우, 어떤 사람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기립하는 경우… 이런 경우들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두서없이 몇 가지를 나열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권력이 언어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특정 공간을 점유한 위치나 자리, 단순한 표정과 자세조차도 권력의 자장에 있다는 통찰은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권력의 자장에서는 권력의 위계에 따른 복종이 강요된다. 그러나 비인간적인 정서적 폭력과 물리적 학대와 같은 억압의 기제들은 분노를 증폭시킨다. ‘이퀼리브리엄’에서 보듯이, 분노의 동력은 권력의 자장에 묶여 있던 위계를 거부하고 불복종과 전복의 저항적 동인으로 작동한다.  
 
김경호, <분노한다 고로 살아간다>,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64-266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64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