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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당초 내 몫이 아니려니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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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바빴을 때가 5월. 한 회사가 아니라 여러 회사의 다양한 휴대전화 모델에 맞게 배터리를 생산하다 보니 일이 한꺼번에 몰렸다. 전자업체는 수출이 중심이라 일이 계절을 타는데, 대체로 2~5월이 바쁘고, 7~8월에는 일이 줄어든다고 한다. 제일 많을 때 인원이 150여 명. 그 중 정규직 노동자가 34명이다. 그동안 몇 차례 정리해고하고 남은 인원이다. 55세가 정년인데, 시간을 두고 하나둘 퇴직하면 그 자리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어느 날 정규직 노동자가 한 명도 없는 날이 올 거다. 정규직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오명순 씨가 아는 한에서는 파견노동자 임금과 별 차이가 없다. 4년 뒤 정년퇴직을 앞둔 9년차 정규직 노동자가 오명순 씨에게 언젠가 그랬다. “여기는 오래 있을 데가 못 된다. 봄에 다른 데 알아보라.”고. “기본급이 얼만가는 모르겠지만 많지 않다고 해요. 보너스는 정규직이 150프로, 우리가 50프로. 파견직은 최저임금에 상여금 3만 4천원하고 연차수당 정도 붙으면 한 달에 93만 원 정도 받아요. 잔업은 시간 당 6,165원이고요.” 오명순 씨는 두 번째 달에 시간외노동과 휴일노동으로 84시간을 더 일했다. 그달은 기본급을 포함해 세금 제하고 135만 몇 천 원을 받았다. 한 달 정규 노동 시간의 반만큼 더 일해야 백만 원을 넘길 수 있으니 사람들은 하기 싫어도 하루 12시간을 일한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일한다. 평일 시간외노동에서 빠지는 인원은 많을 때가 20명 안팎, 적을 때는 10명 안팎이다. 토요일은 거의 다 출근하고 일요일에는 30명 정도가 일을 한다. “토요일, 일요일 특근은 8시간을 해요. 점심시간은 30분으로 해서 5시에 끝나요. 특근 수당도 잔업 수당 금액으로 쳐줘요. ‘근로자의 날’도 우리가 일을 했거든요. 일이 많아서. 그런데 다른 날과 똑같이 줬어요. 그게 달라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 아들이 인터넷 들어가 보니까 원래는 두 배를 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회사에서 그렇게 해 주겠니?’ 그랬죠.” 그러니까 이 회사는 노동자에게 유급휴일을 주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뭐라 따질 수도 없다. 화나도 속으로 삭이고 애당초 내 몫이 아니려니 해야 한다.  
 
박수정, <파견 노동자의 일상>,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312-313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312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