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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을 조롱하기는 마찬가지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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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30분. 하루 8시간 노동이 끝났다. 10분 뒤, 5시 40분부터 시간외노동을 시작한다. 저녁을 먹는 시간은 단 10분. 대량으로 맞춰 온, 은박지로 싼 김밥 한 줄과 200밀리 우유 한 팩이 8시간 노동을 마치고 다시 앞으로 전력 질주해야 할 4시간 노동을 위한 저녁이다. “그러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일도 힘들지, 시간은 길지. 밥은 먹을 수도 없는 거지.” 한숨 돌릴 새도 없이 라인 앞에서 먹는 밥. 도저히 먹을 수 없어 몇 개 집어먹다 버려야 하는 김밥. 아예 처음부터 집어 들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냥 우유 하나 마시고 버틴다. 여름에는 김밥이 잘 쉬어 주먹밥이나 샌드위치로 바꾸는데 그것도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는 노동자들과 그이들의 노동을 조롱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에다가 박스를 갖다 놓으면 하나씩 가져다 자기 자리에서 먹어요. 우유만 먹고 일하는 때가 많은데 밤에 집에 가서 국에다 밥 조금 먹고 자요. 먹는 것 땜에 오죽하면 내가 다른 회사 사람 모집하는 데 없냐고, 저녁밥이 너무 그렇다고 했더니 파견회사 아가씨가 어쩔 수 없다고 그래요. 밥을 못 먹게 만들어놔서 진짜 너무해요. 그렇다고 식대를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김밥 해 봤자 대량으로 하니까 1,500원도 안 갈 거예요. 우유는 더 싸죠. 내 생각으로 두 개 합쳐도 2,000원도 안 갈 거예요. 비싸 봤자 1,500~1,600원인데.”  
 
박수정, <파견 노동자의 일상>,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309-310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30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