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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대신 자리를 메워줄 사람은 없으니까요”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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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30분에 시작한 일은 오전 10시 30분까지 이어진다. 10분 쉬고 12시 20분까지 작업. 점심시간은 50분. 오후 1시 10분부터 3시 30분까지 다시 일한 뒤 10분 쉬고 3시 40분부터 5시 30분까지 마저 달리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시간인 8시간 노동이 끝난다. 쉬는 시간 10분은 쉴 수 없는 시간이다.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마시거나 바람을 쐬거나 하는 게 다 여의치 못하다. 두 군데 현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가 모두 150여 명. 한 층에 화장실은 5칸. 40~50대 여성 노동자들이 위아래 층 계단을 달려서 급한 볼일을 해결해야 한다. 줄 서서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다 간다. 아예 참고 안 가기도 한다. 라인 위에 일감이 밀려 있다면 사람인 자신보다 일감을 먼저 챙겨야 한다. “물 먹으러 갈 시간이 없어요. 장난이 아니에요. 화장실이 부족하니까 남자 화장실도 써요. 쉬는 시간에 일을 못 봐서 일하다 급해져도 갈 수가 없어요. 라인 일이니까, 다들 계속 일하는데 빠지고 갈 수가 없잖아요. 누가 대신 자리를 메워 줄 사람도 없으니까요. 물량이 막 내려오는데….” 두 현장 사람들이 20분씩 엇갈려 점심을 먹지만 이 건물에 들어선 여러 회사 직원들이 한꺼번에 이용해 구내식당은 늘 복잡하다. 식당 반찬이 부실해 도시락을 싸오거나 굶는 이도 가끔 있다. “점심 먹고 나서도 빨리빨리 움직여야 해요. 4층으로 가고, 6층으로 가서 빨리빨리 이 닦고 볼일 보고 그래야 15분 정도 시간이 남을까. 오후 작업 시작 10분 전에는 앉아 있어야 하니까 따로 뭘 할 수는 없지요.” 점심시간은 50분이 아니라 40분인 셈이다. 그런데 그 시간에도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일감이 쌓였으면 급하게 점심을 먹고 오거나, 아니면 점심을 굶고 일한다. 쌓인 일을 줄여놔야 오후 작업이 수월해지니 알아서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무급으로 시간외노동을 하게 된다. 
 
박수정, <파견 노동자의 일상>,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307-308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30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