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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이 수차례 간다는 사실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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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종이 울리면 그때부터 작업장은 모든 게 ‘빨리빨리’ 돌아간다. 휴대전화 배터리 하나에만도 공정이 여러 가지다. 그 공정을 날마다 의자를 옮겨가며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섭렵한다. 이래야 빈자리가 생길 때 누구로든 즉각 인력 대체가 가능하다. 오명순 씨가 자기 휴대전화에서 배터리를 빼내 설명했다. “이게 뚜껑이잖아요. 커버라고 그래요. 커버 안에 절연시를 부착해요. 이 속에 셀이라고 하는 거에 테이프를 붙여요. 열 포장도 해 봤고, 절곡이라고, 속에 뭐가 달려 있는데 그거 접는 것도 해 봤고, 커버 밑에 셀이랑 끼우는 베이스도 해 봤고….” 낯선 이름들을 들으며 깨닫는다.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일이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된 지 오래건만, 이 작은 배터리 하나를 만들기까지 손이 수차례 간다는 사실은 이제껏 몰랐다는 것을.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렇게 조그만 게 5센티 간격으로 막 내려온다고 생각해 봐요. 어떤 때는 그보다도 훨씬 짧은 간격이에요. 물량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오는데 새까만 개미떼가 끊이지 않고 줄지어 오는 것 같아요. 2시간 한 타임에 보통 배터리 1,800~2,100개를 생산하는데 2,700개를 낼 때도 있어요. 두 사람이 하는 공정은 그나마 좀 낫지만, 혼자 하는 사람들은 엄청 바쁘죠.”  
 
박수정, <파견 노동자의 일상>,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303-304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30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