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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날마다 일이 바뀐다고 보면 돼요”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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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면 일어나는 오명순 씨는 나중에 출근할 남편과 취직 준비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딸이 먹을 아침을 챙기고, 자신도 일터에 갈 채비를 한다. 7시 45분쯤 집을 나서서 마을버스를 타면 회사에는 8시 5분쯤 도착한다. 한두 시간이 넘는 거리에서 출근하는 이들도 많았다. “일은 8시 30분부터 하는데 5분 전에 앉아 있으라고 해요. 처음에는 2분 전이었는데 5분 전으로 바뀌었어요. 3분 전에 한 번 예비 종을 쳐요. 30분에 시작종을 치면 라인이 돌아가고 일을 시작해요.” 5분 전 대기라지만 벌써 15분 전이면 다들 자리를 채운다. 도착은 더 먼저다. 그런데 사람들이 제자리에 앉기 전까지 현장에서는 야릇한 일이 벌어진다. 어제 앉은 자리에 오늘 가 앉으면 되는 게 아니다. 노동자들이 해야 하는 일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작업 라인과 자리가 달라진다. 그래서 미리 오늘 자신이 할 일이 무슨 공정인지, 어느 라인인지 확인하고 이동해야 한다. “거의 날마다 일이 바뀐다고 보면 돼요. 라인 표에서 내 이름 보고 어디 공정인가 봐야 되니까 바빠요. 그래서 일찍 가야 돼요. 늦게 가면 라인 찾기도 어려워요. 라인이 모두 9개인데, 라인 표에 파견직은 분홍색, 정규직은 흰색, 2년 된 사람은 녹색, 1년 된 사람은 노란색 이런 식으로 구분해 적어놨어요. 우리는 분홍색 이름 적혀 있는 걸 찾아야 돼요. 어떤 때는 우리가 일하던 작업장에 이름이 없으면 옆 작업장으로 가서 라인 표를 찾아요. 에이 라인의 뭐다, 비 라인의 무슨 공정이다 하면 그걸 보고 의자를 끌고 찾아가요.” 
 
박수정, <파견 노동자의 일상>,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301-302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30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