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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를 둘러싼 말들의 풍경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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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햇수로 5년이 지났고, 4년이 더 지났다. 사건이 일어난 지 5년, 그리고 사건에서 죽은 사람들의 장례식을 치른 지 4년이다. 355일이 지난 후에야 그 죽음에 대한 장례가 치러질 수 있었다는 ‘사태’를 2010년의 한국사회는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 그 감정의 결을 읽어낼 수 있는 텍스트를 나는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손가락으로 넷, 다섯을 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리고 비록 미약하긴 하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참사를 다룬 많은 작품들(<<소수의견>>, <<망루>>, <<百의 그림자>> 등과 같은 문학작품들, 그리고 2011년 개봉되어 화제를 모은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에 이르기까지) 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그 사건이, 그리고 그 죽음이 하나의 ‘상처’로 남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향불이 꺼지고 그 향내가 사라지기 전까지, 그 죽음은 살아있는 죽음이다. 실제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도, 수감 중인 철거민들에 대한 사면도, 그리고 또 다른 용산 참사를 막기 위한 강제퇴거 금지법의 제정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다. 철거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주차장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남일당 건물 터를 보면서 “왜 그리 진압을 서둘렀나요. 이렇게 폐허로 남겨둘 거면서…”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어느 유족의 오열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이 사회가 걸핏하면 들먹이는 “단군 이래 최대의” 재개발사업이었던 용산 재개발은 언젠가부터 ‘부도 위기’라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한다. 과연 세간의 호사가들의 말처럼, 그것은 “용산참사의 저주”인 것일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왜 그들은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그 위에 올라갔던 것일까. 그리고 왜 당국은 그들의 항의에 대해 최소한의 타협의 여지도 남기지 않은 채, 점거 농성이 있은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바로 경찰특공대라는 초강수로서 응대했는가. 망루에서 일어난 화재의 원인은 무엇인가. 2009년 1월 망루를 둘러싸고 많은 물음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또 그에 대한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서 굳이 ‘말들’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그 무수한 말들 중 어느 것 하나 모두의 합의를 담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쪽은 국가권력-시행자본-철거용역의 잔인무도함을, 또 다른 한쪽은 정당한 법집행을 가로막는 시위대의 무력난동을 고발하기 위해 부풀려지고 윤색된 이야기일 뿐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철거민들의 농성 과정에 아무리 조직적 운동단체인 ‘전철연’이 개입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망루에 올라가게 된 가장 결정적 원인은 생존권에 대한 위협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재개발과정에서 세입자들에게 진행되는 재산 가치에 대한 감정평가가 지극히 불리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권리금은 법정 항목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실내 인테리어 비용 역시 정확한 가치 산술이 어렵다는 이유로 보상가치에서 제외된다. 특히 상가세입자들이 받게 되는 보상비용은 평균적으로 가게를 꾸려나가기 위해 투자한 금액의 5분의 1도 안 되는 것이 철거 현장의 일반적 상식이다. 그 정도 액수로는 서울의 다른 지역, 더 나아가 수도권 지역에서 발붙일 수 있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이렇게 본다면 그들이 망루에 올라간 이유는 필연이다.  
 
이영진, <아, 대한민국!>,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82-284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82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