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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잊혀진 죽음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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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09년 5월의 그 비보를 전해 듣기 전에도 이 땅에서 많은 비극적인 죽임/죽음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2009년 벽두부터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용산 재개발과 철거,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무리한 공권력의 투입 과정에서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특공대원이 숨진 사건은 현 정권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불에 타 죽은 시체들을 보며 사람들은 분노했고, ‘정권 퇴진’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까지 심심찮게 들렸다. 하지만 한 달이 못 가서 그 열기는 급속도로 사그라졌고, ‘용산’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지워졌다. 공권력의 무리한 행사(아무런 협상 없이 전투 경찰 투입, 표적 수사)가 원인이 된 그 해 1월의 죽음들과 5월의 죽음 사이에는 어떤 장벽이 가로놓여 있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1월의 죽음에 그토록 냉담했던 반면, 5월의 죽음에는 그토록 매달렸을까. 어쩌면 두 죽음을 바라보는 상이한 시선들에서 2009년 한국 사회의 감정의 일면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용산참사와 노무현의 자살이라는 두 죽음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인상비평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입장들은 다양하지만, 대다수의 글들이 공통적으로 전제하는 것은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풍경이 너무나 이례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물결 속에 용산이나 여타의 죽음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는 것이다. 노무현의 장례식에 백 여일이 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한 그들의 죽음은 초대받지 못했다. “억류당한 우리의 양심”이냐, 아니면 “무너진 법치”냐, 용산 참사를 둘러싼 그 무수한 말들의 홍수가 휩쓸려 지나간 자리에서 우리는 용산을 어떻게 기억하고, 아니 잊어가고 있을까. 또 2009년의 그 격렬했던 애도 정국은 한국 사회에 무엇을 남겼나. 본고는 2013년의 한국사회에서 그 기억과 망각의 자리를 확인하려는 조그만 시도이다.  
 
이영진, <아, 대한민국!>,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81-282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8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