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입 속의 검은 잎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거짓 민주 자유의 구호가 넘쳐흐르는 이 땅 고단한 민중의 역사 … 군림하는 자들의 배부른 노래와 피의 채찍 아래 마른 무릎을 꺾고 우린 너무도 질기게 참고 살아왔지 우린 너무 오래 참고 살아왔어 아, 대한민국, 아, 저들의 공화국 아, 대한민국, 아, 대한민국… (정태춘, ≪아, 대한민국≫ 중에서) 한국사회에서 2009년은 죽음/죽임의 해였다. 매년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또 태어나는 것은 자연의 이치겠지만, 그 해의 죽음은 조금 특별했다.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무현으로 약칭함), 김대중 전 대통령 …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고개를 끄덕일 사람들의 죽음에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길게 줄을 서서 애도를 표했다. 그 특별한 죽음들 중에서도 노무현의 죽음은 조금 더 특별했다. 그의 생가가 있던 봉하 마을에 사람들은 줄을 지어 내려가서 조문을 했고, 국민장이 치러지던 날,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리며” 눈물을 흘리고, 또 그를 급기야 죽음으로 몰아갔던 현 정권에 대한 강렬한 분노를 표출했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넘쳐흘렀다.” 그 노제의 풍경을 보며, 누군가는 87년의 박종철, 이한열이 죽어갔던 저 87년의 여름을, 그보다 조금 이전 세대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에 모인 79년의 겨울을 떠올렸을 것이다. 또 소수의 누군가는 그 죽음을 급격히 고사(枯死)해가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하나의 메타포로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들은 2009년 이 사회에서 90년대 불법음반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한 채 은밀하게 울려퍼지던 정태춘의 ‘탄식어린’ 노래가 다시금 이토록 가슴을 먹먹하게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재임기간 내내 ‘말썽’이 많았던, 그래서 임기 마지막에는 지지율이 7%까지 내려갔던, 그리고 그 후유증 탓인지 다음 대선에서 국민들이 MB에게 몰표를 던지는데 기여 아닌 기여를 했던 한 전임 대통령의 죽음에 사람들이 그토록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퇴임 이후 현정권의 표적수사의 희생양이 되어 괴로워하던 한 정치가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동정과 연민 때문이었을까. 당시 거리에 흘러넘치던 말처럼 “그를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나 미안했기” 때문일까. 그의 죽음을 앞에 두고 전개되었던 그 극단적인 히스테리적 풍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라는 10년의 민주화의 실험, 혹은 누군가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하지만 정작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는 확실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 그 하나의 ‘거대한 전환기’를 끝낸 사회가 겪는 집단심리, 혹은 감정의 구조에 대한 내밀한 분석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 작업의 결과물을 확인하기까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이영진, <아, 대한민국!>,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79-281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7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