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분노의 동력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분노는 주로 다른 타인에 의해 개인의 계획, 목표, 또는 안녕의 추구가 간섭을 받거나 훼방을 받는다고 인식될 때 표출된다.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거나 욕구가 좌절될 때 나타난다. 또한 정당하지 않은 비판을 받거나 적절하게 배려 받지 못할 경우에도 나타난다. 분노 발생의 핵심 요인은 현재의 상황이 그렇게 되어서는 옳지 않다는 신념에서 비롯한다. 곧 외부로부터 오는 장애나 방해 또는 비판이 옳지 않다는 신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렇게 분노를 느끼게 될 경우,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려는 욕망 혹은 그 사람을 몰아내려는 충동과 관련된 정서 상태가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의 목표 추구를 방해하거나 욕구를 좌절시키는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행동을 유발한다. 분노의 극단적인 사례가 복수이다. 분노는 타인에 의하여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는 경우에 유발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대상에 대한 공격행동, 즉 복수를 야기한다. 이러한 점에서 분노 감정은 ‘대인관계적 감정’이다. 분노가 대인관계적 기능의 측면에서 이해될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분노의 체험과 표출의 양상이다. 분노 감정의 폭발적인 위험성은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동양이나 서양의 학술전통은 분노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최근 영미철학의 체험주의 전통은 분노 감정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이들은 분노 감정이 인간의 보편적 문화 유형에서 나타나며, 특히 감성적 표현으로 드러나는 은유형식과 결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분노는 흔히 ‘마음의 격발’나 ‘펄펄 끓는 그릇 속의 액체나 가스’로 은유된다. 이들이 제안한 개념적 은유를 수용하는 것이 인지언어학의 한 흐름이다. 레이코프와 존슨은 분노를 ‘그릇 속의 액체’라는 은유를 통해 분석한다. 레이코프와 공동 작업을 수행했던 졸탄 쾨벡세스도 ‘분노 감정’에 대한 은유 분석을 통해 분노는 ‘열 은유’, 특히 ‘그릇 속의 펄펄 끓는 액체 은유’로 대표된다고 파악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연속적으로 배열되는 분노 감정의 전개 과정은 시간적 단계뿐만 아니라 인과적으로도 연결되어 나타난다. 이것을 단순화하면 ‘감정의 원인 → 감정의 존재 → 통제 시도 → 통제 상실 → 반응(분출)’ 모형으로 도식화된다. 분노를 이렇듯 ‘격발’이라는 운동성을 포함한 ‘힘(에너지)’이나 ‘펄펄 끓는 액체’로서의 ‘열(에너지)’로 이해하는 것은 분노 감정이 갖는 강력한 폭발성을 가늠하게 해준다. 분노의 동력은 삶을 지속하게 하는 역동적 에너지로 작동하지만 통제 불가능할 경우, 파국의 에너지로 작동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양가적 특성으로 인해 분노는 다른 감정 표현보다 경계의 대상이었고,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으로 분류되어 왔다. 분노 감정은 비록 잠재적인 위험성을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자체로 나를 구성하는 ‘신체화된 감정’이다. 분노는 나의 신체성을 뿌리로 하여 경험적으로 구성되고 재귀적으로 작동한다. 분노는 통제의 대상만이 아니라, 존재의 항상성을 찾아가는 코나투스conatus이자 동력이다. 분노는 부조리하고 부당한 조건에 저항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변혁을 추동하는 동력으로 작동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동역학적이다.  
 
김경호, <분노한다 고로 살아간다>,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66-268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6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