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생명

희(喜)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생명 한 줄기 희망이다 캄캄 벼랑에 걸린 이 목숨 한 줄기 희망이다 돌이킬 수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이 자리 노랗게 쓰러져버릴 수도 뿌리쳐 솟구칠 수도 없는 이 마지막 자리 어미가 새끼를 껴안고 울고 있다 생명의 슬픔 한 줄기 희망이다 
이 시는 김지하의 시 <생명>의 전문이다. 쓰러져버릴 수도, 솟구칠 수도 없는 “이 마지막 자리”는 절대 고독의 자리다. 자기가 자신에 대해서 묻는 궁극의 지점이기 때문에 절대 고독의 자리면서 동시에 실존적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자리다. 시적 자아는 여기서 새로운 생명의 모습과 만난다. 다름아닌 애린이 곧 나요, 나와 애린의 존재이유가 곧 생명에 있고, 생명의 끈을 통해 ‘자아’와 ‘자아를 찾던 자기’의 통일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시적 화자의 삶을 구원해줄 대상으로서의 애린, 그 애린이 다름아닌 과거에의 집착으로 인해 실존적 위기를 맞고 있는 자아라는 것 그리고 애린과 자아가 둘도 아닌 생명끈으로 이어진 존재 그 자체라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 생명은 “어미가/새끼를 껴안고 울고 있”는 데서 보듯 철저히 비극적인 상황 속에 발견된다. 생명의 모습이 애처롭게 펼쳐지는 것이다. 이 애처러움이 곧 자아를 비롯한 모든 존재의 근원적인 모습이요, 그렇기에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희망인 셈이다. 
신덕룡 편, [우리시대의 시인 읽기], 시와사람, 2000, 106~1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