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백석의 시, <하답>에서 그려내고 있는 것은 하나의 아름다운 작은 풍경이다. 이 풍경 속에 동화 같이 행복하고 평화로운 소년 시절이 자리 잡고 있다. “몸을 말리는 아이들은 물총새가 되었다”와 같은 시구에서 선명하게 각인되고 있는 시적 심상은 백석만이 그려낼 수 있는 하나의 세계이다.
이러한 백석의 시에서 볼 수 있는 시적 감각은 섬세하면서도 소박하다. 시의 언어는 토속적인 어휘를 많이 활용하면서도 간결하고, 시적 심상은 선명하면서도 소박한 정감을 살려낸다. 이같은 감각적 특징은 백석의 시가 이미 모더니즘적 경향의 넓은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백석의 시들은 모더니즘 시들이 흔히 보여주던 도시적 감각과 정서를 거부한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문명적인 것에 대한 동경보다는 토속적인 자연에 집착하면서 인간 내면의 정서를 깊이 있게 천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