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남편, 달은 아내. 둘은 생이별의 부부. 그 둘의 생업은 배달부. 태양은 용맹스러운 정력을 배달하고, 달은 평화로운 잠을 배달한다. 

이 시는 황석우의 <두 배달부> 전문이다. 그는 <자연송>이라는 시집에서 천문, 기상, 생물에 관한 시를 순서대로 실어 자연계를 일주했다. 어느 작품이든지 자연현상을 사람의 일에다 견주어 풀이하고 비유하면서 인생에 관한 발언을 했다. 삶의 번민을 해소하려고 자연을 찾는 시와 크게 다르며, 내심의 파탄을 자연에다 전가시킨 것도 아니다. 우주적인 질서에서 생명의 비밀까지 살피는 일관된 관점을 가지고 인생의 문제를 새롭게 고찰하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이 시는 해와 달을 함께 등장시켜 압축의 묘미와 기발한 비유를 잘 갖추었다. 음양의 작용이 서로 연결되면서 상반된다는 이치를 새삼스럽게 깨닫고, 삶의 두 가지 양상을 깊이 있게 생각하도록 한다.  

조동일, [한국문학통사5:근대문학 제1기], 지식산업사, 2005, 130~1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