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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광주의 풍경

희(喜)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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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을 올려주는 쪽도 받는 쪽도 똑같이 흥분된 목소리로 왁자지껄하다. 그것은 흡사 마을 운동회나 잔칫집의 풍경처럼 퍽이나 활기차고 들떠 있는 풍경이다. 트럭이 출발하자 주민들은 환호를 보내며 손을 흔든다. 트럭에 탄 시민군들은 부쩍 의기양양해서 태극기를 흔들고, 차체를 더 힘껏 꽝꽝 두드려대며 「진짜 사나이」를 다시금 신나게 불러제낀다. … 거리 어디에나 사람들이 몰려나와 구경하고 있다. 사람들을 가득가득 실은 시민군의 차량들이 경적을 마구 울려대며 씽씽 질주해 다니고, 인도의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처럼 너도 나도 손을 흔들고 환호를 보낸다. 시민군. 시민군 만세.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 생소한 낱말을 되뇌어보다가 김상섭은 저도 모르게 한순간 울컥 목이 잠겨오고 말았다. 어째선지 모른다. 눈앞이 금세 부옇게 흐려졌다.  
소설가 임철우가 5월 22일 계엄군이 철수한 도청을 시민군이 접수한 이후 광주의 풍경을 묘사한 대목이다. 18일부터 계속된 계엄군과의 싸움에서 일시적인 승리를 거둔 후 시민들은 계엄군을 몰아냈다는 사실에 스스로 도취되어 축제 분위기에 젖어든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해방도 승리도 아니었다. 도시는 완전히 포위되어 있었고, 시민들은 그 철벽같은 포위망 안에 모두 산 채로 감금당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임철우, 1997-1998, [봄날], 문학과 지성사 중 4권